오재철 라지앙상블은 트럼페터 오재철이 이끄는 16인조 라지 앙상블이다.
이 앙상블은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빅밴드 구성이면서, 무엇보다 리더인 오재철의 자작곡들 위주로 공연을 펼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올해 제 11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는 10월 4일 토요일 Festival Lounge(페스티벌라운지)무대에서 오재철 라지앙상블을 만나 볼 수 있다. 공연에 앞서 리더인 오재철씨를 만났다.
# Intro -안녕하세요, 재철씨. 올해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만나뵐 수 있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릴께요. 안녕하세요, 오재철 라지 앙상블의 리더 오재철입니다. 저희는 16인조 빅밴드로 구성된 팀이구요.
작년 10월에 미국에서
이라는 라지앙상블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올해 3월, 미러볼뮤직 유통사를 통해 다시 발표를 했구요. 앨범 녹음은 모두 외국친구들이랑 진행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앨범발매공연을 하기 위해 4월달에 유수한 국내 뮤지션들을 초빙해서 공연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팀을 기본으로 해서 올해 이렇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았구요.-저희는 트럼페터 오재철씨로 알고 있지만, 처음부터 트럼펫을 하지 않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원래는 어떤 악기를 하셨었나요? 동아방송예술대에서 기타를 전공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새끼손가락이 지판(?)을 잘 못 누르는 상황이 되어 병원을 다녔는데, 증상이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국에서 수술을 했고, 유학을 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증상이 지속되어 기타를 포기해야 했어요. 그리고 잠깐 한국에 다시 들어왔다가 트럼펫으로 악기를 바꿔서 다시 가게 되었습니다.-그렇다면 많은 악기중에서 특별히 트럼펫으로 바꾼 이유가 있으신가요? 보스턴으로 공연을 보러갔다 테렌스 블랜차드(Terence Blanchard) 공연을 봤는데, 너무 멋있는 악기였어요. 그리고 나도 잘 불면 저렇게 멋있겠지 라는 생각과 트럼펫을 하고 싶다란 생각이 크기도 했구요. 여기에 덤으로 왼손을 사용하지 않는 악기가 트럼펫밖에 없어서 선택을 하게 되었죠.-그럼 그 전에도 트럼펫이라는 악기에 관심과 흥미가 있으셨군요. 흥미는 늘 있었어요. 마일즈 데이비드(Miles Davis)를 좋아하기도 하구요.# 2. 유학시절 기타리스트를 꿈꾸던 청년이 트럼페터가 되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연주악기가 바뀌긴 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어쩌면 그는 트럼페터가 될 운명이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트럼펫 공부를 시작하게 된 그의 유학시절 이야기를 들어보자.-유학시절, 어떠셨는지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일단 ‘우선 무조건 열심히 하자’라고 맘 먹고,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집, 학교를 계속 오가며 열심히 했습니다. 거기서도 뮤지션인터라 오전에는 수업을 안 듣구요, 오후에 수업을 듣고, 학교에서 일도 했었어요. 그리고 다시 연습하고. 거의 이런 생활의 반복이었습니다. 트럼펫이라는 악기가 중간 중간에 쉬어줘야 하는 악기라 조절이 중요합니다. 저는 보통 수업전에 연습을 하고, 수업을 들으면서 입술을 좀 쉬어줘요, 그리고 다시 일하러 가기까지 한시간 정도 쉬는 타임에 다시 연습을 하고, 일하는 동안에는 자연스럽게 입술은 또 쉬게 됩니다. 보통 일이 늦게 끝나면 8시쯤인데 그 이후부터 새벽 1~2시까지 연습하고 피아노 연습도 하고 곡도 쓰고 그랬어요. 보통 이런 패턴으로 하루에 4세트 정도 연습을 할 수 있게 계획을 짰습니다.-일이라고 하면 어떤 일을 하신건가요? 러닝센터라고 컴퓨터실 같은 게 있어요. 그곳에서 피날레와 Mac 사용법 튜터를 했습니다. 생계형 일이긴 했지만 오히려 이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피날레를 스스로 가르쳐야 되기에 더 잘 알아야 해서 더 공부하게 되고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죠.-트럼펫이라는 악기가 상당한 체력이 요구되는 악기군요. 그럼 보통 하루에 연습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이게 들쑥날쑥이에요. 컨디션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구요. 유학할 때는 3시간~8~10시간 정도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트럼펫은 8시간씩 불면 안 되는 악기더라구요. 그날 너무 무리하면 다음날에 또 안 되고, 또 하루를 완전 쉬면 금방 표시가 나고, 연습량을 조절하는 것도 만만치 않는 과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어요. 끊임없이 고뇌하고 좌절하던 시기들이 있었죠.# 3. 오재철 라지앙상블 -라지 앙상블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특별히 라지 앙상블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유학시절, 제 전공은 연주랑 작곡이었습니다. 작곡전공의 경우에는 빅밴드 프로젝트로 꼭 한곡을 해야 했고, 라이브 녹음도 하고 자기가 쓴 곡을 가지고 졸업공연도 해야 했어요. 보통 한 곡만 하면 되어서 사람들은 귀찮아서 안 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고, 정말 딱 한 곡만 준비해서 하는 경우들도 많았어요. 저는 친구들이 빅밴드할 때 연주자로 많이 서기도 했고, 이런 모습들을 보며 자연스레 빅밴드를 나도 해야겠다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왕 할꺼면 한 곡이 아니라 졸업공연 전부를 빅밴드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학교의 가장 큰 공연장에서 음원을 제출하면 공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거든요. 그 곳에 운 좋게 뽑혀서 큰 공연장에서 빅밴드 공연까지 하게 되었죠. 근데 또, 그 공연에서 생각보다 사운드가 꽤 괜찮게 나온거에요. 자연스레 앨범을 내도 좋겠다란 생각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그러니깐 처음부터 ‘빅밴드를 해야 해, 앨범을 만들어야 해’ 라는 계획이 있었다기보다 단계적으로 하다 보니 라지 앙상블 앨범도 내고, 활동을 하게 된 거죠. 제가 트럼펫 주자이어서 그런지 사운드가 음악적으로 좀 징하고 거한 부분들을 좋아하기도 하구요.-이번 앨범 컨셉은 어떻게 잡게 되신건가요? 그리고 보통 작곡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합니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다보니, 지나온 인생을 자연스레 돌아본 계기도 있구요. 미성년자를 탈피하고나서의 추억들을 회상하다보니, 추억에 도장을 찍는 컨셉으로 제목을 잡게 되었습니다. 잘 살펴보시면, 음반의 곡들이 다 추억을 회상하는 곡이에요. 'Left' 떠나간 사람들, 'Stay'는 시간이 흘러도 추억은 머문다라는 생각으로 지은거구요. ‘Remembered, Hardly’는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에게 헌정하는 곡으로 제목의 RH가 바로 그를 뜻하기도 한 거죠. 곡 작업은 유학시절, 이동을 하거나 여행을 할 때 주로 버스로 장거리로 이동을 많이 해요. 그 때 주로 창밖을 보면서 구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로 피아노 앞에서 건반을 만지작 만지작거리다 좋은 멜로디가 떠오르면 작업을 하구요. 또, 화성을 또 중요시하기 때문에 코드 진행을 너무 일반적인 진행을 쓰는 것 보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진행을 찾기도 하고, 곡을 많이 썼어요. 최근의 작업 방식은 컨셉을 딱 잡는겁니다. 예를 들면, 강변북로를 가는데 차들이 막혀요. 그러다가 길이 뚫리는 순간 ‘도대체 이 많은 차들이 순간 다 어디 간거지?’ 란 생각이 들잖아요. 그런 느낌을 담은 곡을 쓰고 있어요. 이곡의 제목은?! 네, 바로 ‘오픈 로드’입니다. 이 곡은 9월부터 연주를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이번 앨범에는 수록되어 있진 않지만, 제 곡중에는 ‘time'이 들어간 곡들이 꽤 많습니다. 심지어 곡명이 ‘time’이란 곡도 있지요. 피아노가 한마디에 6박자인데 계속 도를 칩니다.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것을 형상화해서 작업을 한 곡이죠. 이런 식으로 곡 작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카운트베이시나 듀크엘링턴 오케스트라 등 소위 스윙시대 빅밴드 음악들은 지금보다 훨씬 대중적이었고, 사람들이 편하게 즐겼던 음악이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빅밴드이긴 하지만 오재철라지앙상블은 그들과는 다른 특별한 색과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음반을 들으시는 분들이나 관객분들에게, 라지앙상블을 듣는 팁을 주신다면요? 보통 작곡 공부를 하면서 기본적인 이론들도 배우지만 많은 테크닉을 배웁니다. 그 테크닉만 이용하면 음악이 잘 만들어질 수는 있으나, 큰 감동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음악을 들었을 때 기본적으로 감동을 줘야 한다 생각하기 때문에, 들었을 때 맘이 좀 찡해지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보구요. 곡을 쓰면서 이런 부분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냥 멜로디를 따라 가면서 들으시면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으실꺼에요. 제 앨범 수록곡인 'Stat'나 ‘Left 3'같은 경우에는 우울할 때도 들어도 좋고, 또 뭔가 혼자 있고 싶을 때 들어도 좋은 곡들입니다. 자유롭게 즐기시면 되세요.# 4. 자라섬과의 인연,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자라섬에 대한 첫 인상은 어떠하셨나요? 존 스코필드가 왔던 해에 갔었는데, 아마 2008년 쯤 이었을꺼에요. 그리고 또 한번을 갔었는데 언제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두 번을 관객으로 참여하였죠. 처음에는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이런 재즈페스티벌이 생겨났다며 엄청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어요. 매번 와야겠다 생각했지만 유학을 가게 되면서 그렇게 실행까진 못했었구요. 사실, 저는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연주를 하고 싶다란 생각을 가져본 적도 없어요. 자라섬은 그냥 정말 엄청난 사람들만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거기서 연주를 하고 싶다란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올해에 이렇게 아티스트로 초청을 받게 되어 엄청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하하. 자라섬에 대한 저의 첫 인상은 종합적으로 표현하자면 뭔가 거대함이었어요. 그리고 그 이후 자라섬은 그 거대함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었지요.-올해 자라섬에서는 어떤 곡들을 들려주실 예정인가요? 우선 앨범 수록곡 중심으로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시간이 50분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이번 앨범 곡 위주로 하면 시간도 딱 좋을 것 같구요.-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내년에는 스몰앙상블 앨범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10곡의 자작곡으로 앨범을 제작하려고 하구요. 동시에 스몰앙상블로 자라섬에 다시 초청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외에도 거시적인 계획들이 꽤 있습니다. 스몰앙상블 앨범 외에도 듀오 앨범과 스탠다드 앨범도 차후에 내고 싶구요. 하지만 우선 연주자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게 먼저인 것 같아 제곡들을 먼저 하고, 그 이후에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싶습니다. 현재는 오재철라지앙상블, 오재철 퀸텟, 오재철 트리오 이렇게 세 팀을 하고 있어요. 트리오 같은 경우는 트럼펫, 피아노, 베이스로 구성되어 있구요. 보통 스탠다드 비밥곡들 위주로 연주하며,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잔잔한 제 곡들도 가끔 연주를 합니다.-마지막으로 재철씨의 음악을 짧게 표현하자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흠...... ‘저의 과거를 통해서 탄생한 음악이지만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는 음악’ 정도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까지는 추억들을 기반으로 해서 음악작업을 하고 있기에 그것들을 기준으로 앞으로의 방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미지가 크게 두 가지인데 라지앙상블의 경우에는 작곡자나 지휘자의 이미지가 강하구요, 스몰앙상블과 트리오 등은 연주자로서의 이미지입니다. 올해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는 라지앙상블의 리더의 면모를 보실 수 있으실 테니, 연주자로서의 제 모습이 궁금하시다면 재즈클럽으로 오시면 되세요.! 많이들 오셔서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
□ 오재철라지앙상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공연 안내- 일정 : 2014년 10월 4일(토) 12:30 ~ 13:20 - 장소 : Festival Lounge (무료무대) 글 | 박정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