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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선지 뉴 퀸텟 인터뷰 : 감명 깊은 이미지나 사건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피아니스트 이선지. 그녀는 현재 한국 재즈신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여성 피아니스트 중 한명이다.

2008년 1집 앨범발매를 시작으로, 2010년에는 2집을, 2012년에는 3집을, 그리고 올해 6월에는 4집 앨범을 발매하였다.
2년 꼴에 한번씩 음반을 내는 부지런한 연주자라고 말을 건넸으나,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의도하거나 계획된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라고 말이다.
그녀의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 Intro


-안녕하세요, 선지씨.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년 전에 이어 두번째로 자라섬에 서게 된 피아니스트 이선지입니다.

-최근에는 4집 앨범 발매소식도 들리던데, 잠깐 음반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번 4집 앨범 홍보 동영상을 하나 만들었어요. (http://youtu.be/zipI6DUh1-Y) 그걸 우선 보시면 음반에 대한 짧은 소개가 될 것 같구요. 뜬금없이 국경의 밤이 뭐야 하실텐데 ‘국경’은 제 앨범 소개서에 간략히 소개를 해두었습니다.

간단히 말씀을 드리자면, 사람들은 매일 어떠한 경계에서 이것을 할까 저것을 할까 선택을 해야 하잖아요. 사소한 것에서부터 중요한 것까지 매일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죠. 그런 의미에서 ‘국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거구요. 이런 일상적인 모습들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재즈뮤지션이지만 음악만 표현하기 보다는 감명 깊었던 이미지나 사건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참 좋아해요. 그래서 이번 4집 앨범의 경우에는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작업을 하게 되었죠, 모티브를 제공한 소설은 바로 폴 오스터의 ‘브루클린 풍자극’입니다.

-아, 그러셨군요. 사실 저는 앨범타이틀을 보고 순간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르더라구요.

제가 지금보다 어렸을 땐 하루키를 엄청 좋아했었어요. 지금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젠 더는 소녀가 아니라서 그런지, 나이가 들면서 굉장히 좋아했던 감성들이 좀 낮아진 게 아닌가 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문장 한구절 한 구절을 따라 적을 정도로 좋아했었는데 말이죠. 지금은 그렇게도 못하고, 감흥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이번 4집 앨범은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셨지만, 최근의 주변 일상들 특히 사회적인 모습들도 반영이 된 것인가요?

네, 맞아요. 예를 들자면 앨범의 첫 곡에 ‘Dive’라는 곡이 있어요, 원래 의미는 잠수하다란 뜻이죠. 하지만 누구나 물속에 빠져서 빠져나올수 없을 만큼 암담한 현실을 만날 때가 있잖아요. 물론 이런 현실은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고 사회적인 것일 수도 있구요. 또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암담한 사회적 현실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과 고민들이 많이 생겨나기도 했구요. 그런 고민과 생각들이 곡들에 많이 반영 되었습니다.



# 그녀의 일상

피아니스트 이선지는 자기만의 색채가 강한 연주자이다. 그녀의 음악은 마냥 감미롭거나 멜랑꼴리하지 않다. 앞서 이야기 했듯 사회에 대한 여러 생각이 곡들에 스며져 있고, 음악으로 표출된다. 하지만 이런 모습 외에 그녀에게는 또 다른 모습들이 있다. 어떠한 모습들이 있는지 그녀의 일상을 좀 더 들여다보자.

-음악가이면서 6살난 딸아이의 엄마이기도 하세요, 이 두 역할의 삶이 쉽지는 않을텐데 어떠하신가요?

최근 저를 소개하실 때 이런 부분들을 강조해서 굉장히 부끄러운 부분이 있어요. 음악을 하는 것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긴 하지만, 다행히 지금은 너무 힘든 시기는 좀 지나간 셈입니다. 보통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가 정말 힘들어요. 특히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듭니다. 저는 다행히 운이 좋은 편이라 어머님이 같이 사시면서 많이 도와주시고, 남편도 많이 도와준답니다.

-음악 외에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면요?

밑줄을 그으며 단편소설을 읽는 것을 참 좋아해요. 밑줄을 긋는 이유요? 그래야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니깐요. 그리고 패션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미술과 그림을 좋아하기도 하구요.



-오늘 빨간 원피스를 입고 나오셔서 역시나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사진이 2012년에 플레이빌에서 칼라블레이 컨셉으로 촬영한 사진이었어요. 컨셉은 직접 잡으신건가요?


네, 먼저 플레이빌 측에서 롤 모델로 하고 싶은 여성 뮤지션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땐 막상 떠오르는 사람이 딱히 없었어요. 재즈신에서 보컬리스트를 제외하고는 여성연주자를 찾기란 정말 쉽지 않잖아요. 그러다가 칼라블레이가 생각났어요. 제가 원래 그녀를 좋아하기도 했구요. 그래서 칼라블레이 컨셉으로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2집 앨범작업 때 이런 컨셉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서 생각을 했었던 적도 있었어요. 그때는 여러 사정으로 좌절되었었는데 플레이빌때는 다행히 기회를 와서 좋은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즐거운 촬영이었어요.

-그때 사진 정말 잘 어울리셨어요. 전혀 다른 이미지로의 변신이 쉬운 일은 아닌데 용감하신 부분도 있으시구요.

제가 기본적으로는 엄청 내성적인데 어떤 용기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내성적이지만 할 말은 꼭 해야 하는 그런 기질 아시죠? 제가 그런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출산을 하고 나서 중화를 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아이를 낳고 나서 제 삶이 참 많이 달라졌죠.

-출산 이후에 삶이 많이 달라지셨나요?

그럼요. 너무나 많은 부분이요. 우선 환경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무엇보다 제 개인의 변화가 컸습니다. 무엇보다 예전보다 좀 더 참을 수 있게 되었고, 어떠한 상황이 일어나도 이해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해심이 많이 생긴 것 같기도 하구요. 사람들은 다 외롭고 어두운 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도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음악이 표현하는 어두운 부분과 실제와는 좀 다른데, 확실히 삶에 있어서 아이가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좀 더 삶을 사는데 있어 노련해졌다고나 할까요?

-흔히 일반 사람들은 예술가라고 하면 힘들고 어둡고 고뇌하는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기도 하고, 현실적으로도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으면 작품에 소홀해지거나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란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실 선지씨의 음악을 들으면 또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앞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선지씨는 음악과 삶이 분리되신 것 같아요.

저는 음악을 연주하는 저, 학교에서 가르치는 저, 엄마로서의 저는 완전히 각기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뮤지션으로 레슨을 할 때 부끄러울 때가 있는데, 상대가 제게 예술가로서의 어떤 모습을 기대하고 레슨을 받으러 오면 그래요. 저는 그 역할을 딱 분리했으면 하거든요. 이건 그냥 여담인데 언젠가 한번 딸의 친구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2시간 동안 엄마들끼리 아이들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그 상황에서 예술가이면 안 되는 거잖아요. 철저히 엄마로서 2시간 동안 꾹 참고 있다 무사히 딸아이와 함께 귀가를 했지요. 또 다른 나를 바라보며 스스로 정말 대단하다 싶었어요. 저도 이렇게 분리가 되는거구나 싶었어요.


# 연주자 이선지

-2집 앨범 라이너 노트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는 대중적이지 않은 멜로디를 가진 연주자이다’라는 표현을 보았습니다. 실질적으로 대중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대중성을 무지 고려하지만, 그렇게 대중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완전 대중적이지 않다고도 느끼지 않습니다. 같이 연주를 하는 사람들과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예를 들면 작가주의라고 하더라도,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 듣는 걸 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straight ahead는 아니니깐요. 이를 테면 락 중에서 시규어로스(Sigur Ros)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제 음악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아주 대중적이진 않지만 넓게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해야할까요. 표현하기는 좀 애매하네요.

-사실 재즈라는 음악 자체가 워낙 마니아적인 성향이 강해서 대중적이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1,2,3,4집을 살펴보면 매번 악기 구성이 조금씩 다르세요. 2집 앨범에서는 첼로와 작업도 하셨구요. 다양한 악기와 장르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신가요?

네, 다양한 악기나 장르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때마다 상황이 다른 것도 있는 것 같구요. 기존에 있는 곡을 잘 연주하는 것이 저의 지향점은 아니라서 오히려 저한테 정서적으로나 제 삶에 크게 다가왔던 부분을 표현하고자 하다 보니, 다양하게 악기와 편성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앞으로는 대규모 편성으로 연주도 하고 싶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들이 꽤 있어요.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지금 4집 앨범 컨셉에 빅밴드까진 아니더라도 챔버 앙상블을 해 보고 싶구요. 좀 더 미니멀하게 여성연주자들끼리 첼로, 피아노, 보컬, 이렇게 구성을 해서 연주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아이디어들이 있는데, 저는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아이디어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아이디어들이 흘러가길 내버려 두기보다는 잘 기록을 해두었다가 사용하는 편이구요. 그래서 음반을 내는 작업들도 부지런해서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 같아요.


# 자라섬과 이선지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첫 방문은 언제이신가요?


놀러간 적은 없었던 것 같고 제가 콩쿨을 지원했던 그해부터는 해마다 연주자로 갔었던 것 같습니다. * 참고로 이선지씨는 2011년 제 5회 자라섬국제재즈콩쿨 Best Creativity 수상자이기도 하다.

-자라섬에 대한 첫 인상, 어떠셨나요?

어렸을 때는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보며 ‘내가 앨범을 내게 되면, 저건 꼭 하고 죽어야 해’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너무 멋있어 보였고, 그 무대가 주는 아우라가 엄청났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재즈라는 음악이 결코 대중적일 수 없는데,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거의 몇 안 되는 무대 중 하나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즐기시겠지만, 그 중에 몇몇은 음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꺼라 생각을 해요.

-올해 자라섬에서는 어떤 음악을 들려주실 예정인가요?

야외무대라는 점을 고려해서 1,2,3,4집을 종합해서 다양한 레퍼토리로 들려드릴까 합니다. 물론 4집 앨범이 중심이 되겠지만요. 밴드는 이번 4집 앨범에 함께 한 팀으로 참여를 할 예정이구요.


-페스티벌에서 선지씨 음악을 들을 관객분들께 팁을 주시자면요?

제 1집에 'The Swimmer'라는 타이틀 곡이 있습니다. 그게 사실 피카소의 그림 제목이거든요.
초반에 말씀드렸듯 저는 이미지적인 것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 부분들을 좀 염두해두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구요. 앨범소개서나 라이너노트를 읽어 보고 오셔도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물론 그냥 음악 자체만 들었을 때 선입견 없이 들을 수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에 오픈된 많은 정보들이 있어 이런 정보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나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피아니스트이고 뮤지션이지만, 작가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직접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작가로 비유를 하자면,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나 폴 오스터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아, 그렇게 되려면 대박을 쳐야 하는데 그쵸? 하하하


-하루키와 폴오스터 같은 뮤지션이라, 그럼 이 작가들을 좋아하는 독자층도 함께 아우를 수 있으시겠네요.!

저는 그림을 참 좋아하는데 색감이 예쁘고 평화로운 것들을 좋아해요. 슬픈 것도 좋아하구요. 피카소처럼 과감하고 다양한 표현을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저는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예쁜 곡도 있고, 전혀 다른 느낌의 곡도 있고 ‘아 이런 곡들도 있구나’란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제 음악적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은거죠.. 예쁘고 아름답게 말이죠.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4집 앨범이 좀 다크해서 여름보다는 가을부터 더 어울릴꺼라 생각을 합니다. 8월에는 두 번, 9월에도 2번 정도 연주를 하려고 하구요. 가을과 겨울에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를 많이 하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선지씨에게 재즈란?

재즈는 저를 대변해주는 도구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엄마, 주부, 선생, 예술가 그 모든 모습을 대변해주는 거죠. 또 화나는 것, 안타까운 것, 즐거운 것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하고, 결국은 제 삶을 대변해 주는 도구입니다.



□ 이선지 뉴 퀸텟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공연 안내
- 일정 : 2014년 10월 5일(일) 14:30 ~ 15:20
- 장소 : Festival Lounge (무료무대)


글 l 박정연(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기획팀)